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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유는, 당신이 아는 아이유가 아닙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입력 2019.11.19. 17:07

 
 
 
 
 
 
가수 아이유의 공식 유튜브 계정(왼)과 사칭 계정(오른쪽)의 프로필 사진부터 정보 소개글까지 공식 계정과 매우 흡사하다. 사진 유튜브 캡처

연예계가 ‘사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가수 아이유는 새 앨범 ‘러브 포엠’을 발매했다. 이에 맞춰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이름과 디자인, 구성을 베낀 ‘사칭 계정’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해당 채널의 가입일은 지난 5월이지만 아이유의 앨범 발매일에 맞춰 새 앨범 영상을 업데이트했다. 놀라운 점은 공식 뮤직비디오가 존재하지 않는 수록곡 ‘새 사람’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원더케이’(소속사 ‘카카오엠’ 공식 유튜브 채널명)의 로고를 단 점이다.

앞서 아이유는 V-LIVE를 통해 이번 앨범의 뮤비는 ‘시간의 바깥’, ‘블루밍’ 두 곡만 제작했다고 밝혔기에 해당 영상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뮤직비디오다. 팬들을 속여 클릭을 유도하기위한 기존 영상을 짜집기한 ‘가짜 뮤비’인 셈.

팬들 사이에 논란이 되자 해당 계정은 타이틀을 ‘이지금[IU Official]’에서 K팝 관련 키워드로 제목을 바꾸고 ‘새사람’ 뮤비도 ‘Fanmade Music Video(팬이 만든 뮤직비디오)’라는 설명글을 첨부했다. 그러나 영상이 게재된 지 20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12만명 이상의 뷰수를 기록하고 있다.(19일 오후 3시 현재).

스타의 이름으로 모종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사칭’은 연예계에 왕왕 있는 일이다. 지난 10월에는 JTBC가 예능 ‘마녀사냥’ 제작진이 자신들을 사칭하는 수집용 설문지 메일에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에는 ‘대세 중 대세’ 펭수의 제작진도 사칭을 당했다. 제작진은 “오프라인에서 펭수 관련 콘텐츠에 쓰일 목적이라며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공지와 정당한 절차 없이 절대 여러분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사칭에 주의하시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응수 사칭 SNS와 김응수의 딸이 밝힌 입장글.

특정 목적을 위한 사기 행각과 별도로 ‘잘못된 동일시’로 인한 사칭도 늘고 있다.

제 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배우 김응수는 최근 ‘사칭 인스타그램’으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해당 인스타그램은 마치 자신이 김응수 본인인 양 ‘kim_yes_soo’라는 영문명과 프로필 사진으로 개설됐다. 또한 “젊은 친구들, 신사답게 팔로우해!”라는 그의 영화 속 유행어를 적절히 살린 소개글도 게재했다. ‘김응수 SNS’로 입소문이 나면서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김응수의 딸인 김은서 양은 “게시물을 보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드렸지만 전혀 모르시고 계신 상황”이라며 “저희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는 계정과 사진, 게시물들은 전부 다 ‘사칭’”이라고 밝혔다.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사칭’이 존재했다. 한 BJ는 “자신이 설리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며 오열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인물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터뷰에 응하며 “원래 그 영상은 추모 목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논란이 커지게 될 줄 몰랐다”라고 해명해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BJ 엘린 로맨스 스캠 의혹’이나 ‘프듀 진상위원회’처럼 논란이나 이슈의 틈에서 타 거짓 입장문을 작성해 유포하는 이들도 있다.

사칭은 이익과 목적을 떠나 ‘잘못된 동일시’에 의한 심리적 이유도 존재한다.

손석한 정신과 전문의는 유명인 사칭을 ‘잘못된 동경심’과 ‘영향력이 주는 희열’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는 “우리는 누구나 모방 욕구를 갖고 있다. 학창시절 부러운 친구의 글씨체, 옷차림, 말투 등을 따라하는 것이 가벼운 동경심의 표출이다. 또한 사칭자는 자신의 언행에 대중이 움직일 때 쾌감과 희열을 느낀다. 이런 동일시가 심해지면 ‘리플리 증후군’으로 발현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누구나 마이크를 가질 수 있는 개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연예인들도 이를 적극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대표 개인미디어인 유튜브 측은 ‘사칭’에 대해 “타인의 채널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다른 채널의 프로필, 배경 또는 전반적인 디자인 및 분위기를 모방한 채널”이라고 정의하며 “이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는 삭제되고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가 처음이라면 ‘주의’가 주어지고, 처음이 아닐 경우 ‘경고’가 적용된다. 경고 3번이 누적되면 채널은 해지된다”는 자사 정책을 설명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 콘텐츠 생산자도 소비자도 페이크뉴스와 더불어 사칭은 늘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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